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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지침의 시대, 세무회계와 AI의 상생 문법

  • 12시간 전
  • 3분 분량

AI 시대의 도래와 세무회계 산업의 나아갈 길


▲ 지용구 더존비즈온 공동대표(사장)=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디지털컨버전스 전공) 석사, 더존비앤에프 대표(사장), 전 더존비즈온 성장전략부문 CGO(사장), 전 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부사장), 전 더존홀딩스 미래성장전략실장(부사장),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융합형 콘텐츠와 산업, 스마트 앱 활용). 
지용구 더존비즈온 공동대표(사장)=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디지털컨버전스 전공) 석사, 더존비앤에프 대표(사장), 전 더존비즈온 성장전략부문 CGO(사장), 전 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부사장), 전 더존홀딩스 미래성장전략실장(부사장),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융합형 콘텐츠와 산업, 스마트 앱 활용).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엔지니어링 기술이 아니라, 도메인 지식을 깊이 이해하는 전문가가 설계하는 정교한 지침에 달려 있다.”

 

최근 젊은 세무사, 회계사들과 한자리에서 마주 앉을 기회가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새로운 IT 시스템의 도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앞서는 성토장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AI라는 거대한 변수가 시장의 시계를 통째로 바꿔 놓았고 이제는 비판을 넘어 대안과 실용을 함께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음에 공감하는 자리였다.

 

세무회계 시장에서 플랫폼 제공자로서 필자는 숫자의 이면을 본다. “AI를 더 빨리 받아들이고 싶은 고객은 몇 퍼센트인가”. 대다수 사용자 중 AI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앞서나가는 얼리어답터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날은 그중 상위 1%의 선각자들과 마주 앉은 자리였다. 이 1%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들이 보여주는 압도적인 업무 효율과 퍼포먼스는 그 어떤 마케팅보다 강력한 변화의 촉매제가 되기 때문이다.

 

흔히 AI를 써보고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AI가 부족해 보이는 진짜 이유는 우리의 질문 수준과 암묵적인 경험이 AI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압축된 경험이 AI에 이식되는 순간 AI의 능력은 인간의 예상을 상회한다. 그 연결고리가 바로 ‘지침(Prompt/Guidelines)’이다.

 

한 세무사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그는 올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서비스를 개발자 일고여덟 명이 아니라 소수의 인력과 AI만으로 만들어냈다고 했다. 비결은 명확했다. 무엇을 어떤 순서로 판단하는지, 어디까지가 원칙이고 어디부터가 예외인지를 정교하게 적어 내려간 지침서가 여러 개발 인력의 몫을 해낸 것이다.

 

질문이 명확하면 가장 정확한 답이 나오지만 범위를 흐리면 전문가라도 헷갈릴 만큼 그럴듯한 오답이 만들어진다. 나아가 잘 정립된 세무회계 지침은 한국의 선진 조세 행정 시스템과 함께 해외로 수출되는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고도화된 AI 플랫폼이 세무사나 회계사의 영역을 위협할 것이라 우려하지만, 이는 단언컨대 오해다. IT 기업과 세무회계 전문가의 관계는 경쟁이 아닌 상생이다. 플랫폼은 방대한 데이터를 퍼 올리는 시추선이자 이를 정제하는 정유소 역할을 할 뿐이다.

 

그 정제된 데이터 기반 위에서 기업 경영 전반을 아우르는 컨설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오롯이 세무·회계 전문가들의 고유 영역이다. 세무사는 CEO와 직접 소통하며 핵심 데이터를 다루는 흔치 않은 직업이다. AI 도구는 전문가들이 단순 기장·신고를 넘어 세무 관점의 경영 컨설팅이라는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돕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AI 전환(AX)의 핵심은 어떤 AI 모델을 쓰느냐가 아니다. 우선순위의 첫째는 '데이터'이고, 둘째는 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거버넌스다. AI 모델은 그 다음 문제다. 많은 기업이 이를 착각해 AI를 도입하고도 실제 사용률은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요한 것은 AI 도입 자체가 아니라 AI를 통해 '일하는 방식'이 혁신적으로 바뀌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은 작은 인터페이스에서 시작된다. 업무 시스템의 캘린더는 단순 일정표가 아니라 마감을 챙겨주는 대시보드로 진화해야 하고, B2B 솔루션은 실무자가 묻기 전에 먼저 다가와 일을 챙기는 프로액티브(ProActive)한 에이전트로 거듭나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현장 실무자의 입력 비용과 불편함을 줄여주지 못한다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그날 한 세무사가 던진 진단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전문직 시장에 남은 길은 “망하거나, AI를 쓰거나” 둘 중 하나이며, 버티다 못해 임계점에 이르러서야 변화가 터져 나오는 그 순간을 그는 ‘리셋(Reset)’이라 불렀다.

 

이제 전문직 시장에도 거대한 리셋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를 AI가 대체하는 시대에 기술이 앞서가고 문화가 그 뒤를 따르는 흐름 자체를 우리가 통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리셋의 순간이 왔을 때, 어떤 도구와 지침, 그리고 경험을 갖추고 있을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AI가 고도화될수록 정답 없는 복잡한 문제와 인간적인 맥락을 짚어내는 통찰은 온전히 전문가의 몫으로 남는다. 진짜 사람의 역할이 무엇인지 증명해야 하는 이 시대, IT 플랫폼과 세무회계 업계가 굳건한 상생의 다리를 건너가기를 기대한다. 그날 마주 앉은 1%와의 만남이 그 튼튼한 다리의 첫 상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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