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영 세무법인 더봄 대표세무사
"그동안 잘해왔는데, 이것까지 해야 돼?" vs "선점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세무회계 시장의 반응은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뉜다.
그동안 AI 없이도 잘해왔던 업무였는데, 굳이 활용법까지 배우면서 AI를 도입해야 하느냐는 반응도 상당하다. 세무사무소 직원들은 AI 때문에 내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걱정에 AI 도입을 꺼리기도 한다.
홍지영 세무법인 더봄 대표세무사는 더존비즈온이 최근 전국을 순회하며 개최한 'AI 세무회계 전략' 로드쇼에서 더존비즈온이 개발한 기업용 AI인 '원 AI(ONE AI)'를 직접 시연하며 이런 걱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홍 대표는 세무사무소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대로 현장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현장감 넘치는 강의를 했고, 많은 세무·회계사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지만 한정된 시간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지 못했다.
못 다한 이야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홍 대표를 더봄 사무실에서 만나 세무회계 업계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홍지영 세무법인 더봄 대표세무사가 생성형 AI 활용과 관련해 택스워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공: 더존비즈온]
-세무회계 업무는 전문적인 분야인데 AI가 세무업무를 할 수 있을까?
세무회계 업무는 전문가가 있어야 하는 것이 맞다. AI가 이 업무를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AI를 활용하면 세무사 본인이 발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더존 ONE AI가 챗GPT와 다른 점은 우리가 쓰는 데이터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세무사들은 고객사를 관리해야 하는데, ONE AI에는 수임기업이나 거래처의 데이터가 들어가 있어서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강남구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이자 지원사업을 하는데, 이를 고객서비스의 일환으로 고객사에 알려주고 싶다면, 강남을 주소로 두고 있는 수임기업을 찾아야 한다.
대개는 직원이 일일이 고객사 주소를 확인해 리스트를 만들어 메시지를 발송한다. 하지만 ONE AI를 활용해 '수임 기업 중 기본정보의 사업장 주소가 강남구로 되어 있는 곳을 정리해줘'라고 말하면 AI가 정리해준다.
사실 현재 AI가 모든 것을 다 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저도 더존 로드쇼에서 강의를 하는 것이 고민이 됐었다. 하지만 AI는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질문하고 시도하다보면, 데이터가 쌓여서 AI도 발전할 것이다.
현재 기준으로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소명서 작성이다. 초보 세무사가 소명서를 작성할 때 본인이 작성해야 할 사례를 AI에 입력하면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소명서 작성의 기초를 AI가 도와주는 것이다.
수습 세무사들은 업무를 바로 시작하기는 어려운데, 그런 부분들을 AI가 보완해줄 수 있다. 소명서 작성에 5시간이 걸렸다면 앞으로는 AI의 도움으로 소명서 작성 시간을 3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
직원들이 하는 일에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제일 좋은 것이 재무제표 증명원이다. 홈택스에서 재무제표 증명원을 발급해달라고 입력하면 ONE AI가 바로 홈택스에 발급신청을 해 서류를 눈 앞에 가져다준다.
직원들이 고객사에게 보내는 뉴스레터 등은 일일이 관련 뉴스를 찾아서 편집한 뒤 메일을 보내야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한 번에 전송이 되기 때문에 업무 시간을 많이 줄여준다.
-AI를 잘 활용하는 꿀팁이 있다면?
AI는 숫자 계산보다는 글을 잘 쓴다. 예를 들어 제가 식사자리나 사석에서 비전과 목표, 꿈 등을 얘기했다고 하자.
이를 토대로 강의안을 준비하거나, 회사 홍보자료를 준비하려면 이를 직원에게 다시 얘기하고 분석해 정리해야 한다. 만약 식사자리 등에서 클로바노트 등 AI녹음을 켜놓고 있었다면, AI가 대화내용을 요약, 분석해주고 글을 써준다.
AI는 혼자 개인세무사무소를 하는 분들에게 더욱 유용하다. 혼자 일을 하시는 분들은 항상 '이게 맞을까'라는 의문이 들어서 의논할 사람을 구하게 된다.
세무법인에 있으면 동료들과 같이 대화해서 의견을 도출할 수 있는데, 혼자 있으면 의논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얻기가 어렵다.
AI를 활용하면 AI가 제안하는 여러 아이디어를 가지고 발전시킬 수 있다. AI가 모든 것을 다해주지도 않고, 다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다만 소명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자료를 제시해주면 그게 맞는지 여부는 세무사 본인이 판단해 발전시키면 된다.
홍 대표는 세무사무소 직원들의 AI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서 사용하는 한편, 직원에게 그에 따른 인센티브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공: 더존비즈온]
-이렇게 들어보니 AI가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는데, 실제 세무사무소에서는 직원들이 거부감을 드러내며 잘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안 써도 되니까 그러는 것이다. 인간은 익숙함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잘 선호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세무사랑에서 위하고로 바꿨다고 하자. 이 경우에는 위하고를 쓰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위하고의 사용법을 배워서 사용하지만, 이를 사용하지 않고 충분히 업무를 할 수 있다면 안 쓸 수 있다.
엑셀의 경우도 사용할 때마다 덧셈이나 뺄셈을 해서 넣어도 되지만, 함수를 짜서 넣으면 다음부터는 숫자만 넣어도 자동으로 계산이 된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함수를 배워야 하는데 그게 귀찮아서 안 하는 경우가 있다.
직원들도 AI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직원들이 AI를 잘 활용하려면 대표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직원들이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 있나
먼저 대표가 무료이든 유료이든 무엇이든지 AI를 써봐야 한다. 대표 본인이 먼저 공부를 하고 AI를 사용한 뒤 직원에게 교육을 해야 한다.
세무법인의 경우는 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AI에 관심있는 직원 2~3명과 같이 써봐도 좋다. 직원들에게 유료버전의 AI를 사주기 전에 프롬프트 사용법을 교육해야 한다.
AI를 사용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주고 그 이후에는 직원들이 각자 사용해야 한다. 어떤 직원은 AI를 잘 사용하지만, 어떤 직원은 아예 사용하지 않는 직원도 있을 것이다.
연령대가 높다면 저항이 있을 것이다. 실제 경력이 오래된 세무사들은 내가 몇 년이나 더한다고 AI까지 배워야 하나 생각하시는 분도 있다.
AI를 도입할 때는 진통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AI 활용과 인센티브를 연결해야 한다. AI를 잘 활용하는 직원은 포상을 하는 방식으로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AI가 세무회계 분야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 때문에 AI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는데
AI는 신고대행 권리가 없기 때문에 세무사들의 영역을 침해할 수는 없다.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은 세무사무소 신입직원인 경우 느낄 수 있지만, 지금은 AI가 모든 것을 다해줄 수 있는 능력이 없다. AI로 안 되는 것도 많다.
결국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신입직원의 경우 쟁점이 되는 소명서를 썼는데 이게 맞는지 의문이 들거나 아이디어를 얻을 때 AI로 대응을 해볼 수 있다.
단순한 업무를 하는 직원의 경우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걱정이 들 수 있다. 하지만 AI는 직원을 해고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직원이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오히려 생산성을 높여서 연봉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세무사무소의 대표와 직원 모두 윈윈 할 수 있다.
홍 대표는 경쟁력 있는 세무대리인이 되기 위해서는 AI를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제공: 더존비즈온]
-민감한 질문인데, 한국세무사회는 자신들이 10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세무사랑pro를 사용하길 권하고 있다. 세무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세무사회에서 권고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ONE AI 사용을 꺼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세무사회에서 뭔가를 맡고 있다면 이런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있겠지만, 저는 세무사회에서 맡고 있는 직책이 없는 한 명의 세무사일 뿐이다.
예를 들어 세무사무소에서 평소 100만원을 들여서 1000만원 만큼의 일을 한다고 하는데, AI를 도입하면 120만원을 들여서 1억원의 가치가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둘 중 무엇을 선택할 지는 답이 명확하다.
내가 세무사회장이거나, 어떤 단체에 속했다면 그 단체의 이익에 맞는 행동을 하겠지만 내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는데 있어서는 난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한 명의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I 기술의 영향을 받지 않을 산업은 없다. 예를 들어 코로나가 유행했을 때 코로나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집에만 있는다고 하더라도, 이 자체가 영향을 받는 것이다.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 선점해서 이득을 누리는 것이 낫다. 저도 더존 로드쇼에서 강의를 할 때 항상 마지막에 '당신의 선택만 남았다'고 말한다.
이는 더존비즈온의 ONE AI에만 국한해, ONE AI를 구매하라는 말이 아니다. 어떤 AI를 사용하든 선점하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것이다.
엑셀이 처음 도입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엑셀을 사용하면 편리한 것을 다 알고 있지만, 사용 여부는 본인의 선택이다.
최근에 어떤 회계사가 주식평가를 하는 주식평가조서를 손으로 예쁘게 계산해서 쓴 것을 본 적이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손으로 글씨를 예쁘게 써서 제출하는 것이 이해가 되는가? 지금도 어느 세무사무소를 가면 책상에 PC가 없는 세무사도 있다.
그렇게 업무를 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면 계속 그렇게 하면 된다.
그런데 세무대리인이 손으로 신고서를 작성하는 것을 고객이 알게 된다면, 그 고객은 그런 세무대리인에게 일을 맡길까라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실제 손으로 주식평가조서를 썼던 회계사에게 일을 맡긴 고객은 그 사실을 몰랐다가 나중에 알고 경악했다.
AI도 앞으로는 이렇게 될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AI를 사용하는 세무대리인과 아닌 세무대리인의 차이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이희정 기자 hjlee@tax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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